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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째 실천했다. 하루 53페이지 독서하기.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를 읽은 지 3일 째에 책 속에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라는 제목의 산문을 읽었다. '신나는 일 좀 있었으면' 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했다.


가끔 별난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고 싶은 충동 같은 것 말이다. 마음속 깊숙이 잠재한 환호(歡呼)에의 갈망 같은 게 이런 충동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p146 


지금 내 심정과 꼭 같다. 글을 맛깔나게 잘 쓴다면 요즘 심정을 가사로 만들고 싶고, 오선지에 콩나물 모양의 음표를 달 줄 안다면 그 가사를 입혀 노래를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일어나자마자 세면을 마치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 길에 다시 책을 펼쳤다. 


그러니까 박완서 작가님의 저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70,80년대 작가님의 산문을 모아 발행한 책이었다. 이틀 간 53페이지를 읽으면서 꼴찌에 관한 글이 없음에 제목과 상관없는 글임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고, 오늘 비로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라는 제목의 산문을 읽게 됐다. 


마라톤 주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마라톤'은 영화나 책에서 우리네 인생행로를 빗대어 자주 사용되는 소재다. 42.195 km라는 거리의 개념보다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과 고독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삶과 닮았다고 표현 한다. 난 딱 반환점을 돌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지껏 그렇게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는 20등, 30등을 초월해서 위대해 보였다. 지금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 있고 그는 환호 없이 달릴 수 있기에 위대해 보였다.P152 


그림이 그려졌다.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에 땅바닥에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정. 마라톤에 대해 조금도 속임수가 용납 안되는 정직한 운동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20등 30등 그리고 꼴찌에게까지 박수 갈채를 보냈다는 대목 또한 절대 공감하는 부분이다. 


왜냐면 마라톤이든 인생이든 세상에 꼴찌란 없기 때문이다. 그 갈채는 마라톤 주자에게 보내는 갈채이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가 아닌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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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닷컴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만 3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러니, 이 책을 구입한 지도 만 3년이 되어 갈 것이다. 그런데, 아직 다 읽지 못했다. 하루 53페이지씩만 읽어도 웬만한 책은 일주일이면 한 권을 읽을 듯 싶다. 


하루 53페이지 독서하고 짧은 생각하기! 


꼴찌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젝트다! 





박완서 작가님의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고 있다.  '2박 3일의 남도 기행' 에피소드 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여행은 과정을 무시한 목적지 위주의 여행이었다. 그게 얼마나 바보 여행이었던가를 알 것 같았다. 어디를 가기로 정하면 먼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갈 수 있는 교통편을 강구하고 가면서 통과하게 되는 고속도로나 국도변의 풍경은 가능한 한 빨리 스치는 게 수였다. ' p29~30 


느린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지만,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불리할 것은 없다. 특히 여행에 있어서는 누구나 빠른 것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일테니까...


그런데, '여행' 이라는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 표시되어 있다. 한자로는 어떤 의미일까? 


여 (旅) : 나그네 여 

행 (行) : 다닐 행 


'나그네처럼 다니다' 로 해석한다면 천천히 두루 살피며 다니는 것이 여행의 참 의미일 것이다. 


'휴가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갔다 오면 더욱 피곤하고 짜증스러워지는 것은 관광 인파와의 부대낌 때문만은 아니다. 기도 가도 심지어 산간벽지까지도 골고루 걸레처럼 널려 있는 문명의 쓰레기와 상업주의 때문에 이 땅에서 도시적인 걸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식한 어쩔 수 없는 결과였을 것이다.' p30 


우리는 매일 여행하며 살고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고,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을 사는 우리는 죽기 전까지 우주 속 지구 정거장에 정차중이며, 인생(人生)이라는 시간만큼 여행중인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죽음 앞에서 그 '넓음'과 '많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빨리빨리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느린 걸음으로 여행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아내는 직장에서 며칠 동안 휴가를 얻었다. 딸 아이를 이웃사촌 댁에 맡기고 결혼 후 처음으로 단 둘이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밥도 마주보고 먹고, 잠도 곁에서 함께 자고, 조금 의미있고 다른 여행일 것이다.   


'토요일 오후의 서울역 혼잡을 무엇에 비길까. 기차도 타기 전에 어질어질 멀미가 났다. 멀미 중 사람 멀미가 제일 고약한 것은 평소 자신에게 있다고 믿었던 인류애니 인도주의니 하는 것이 실은 얼마나 믿을 게 못 된다는 자기혐오 때문일 것이다' p29 



며칠 샤워를 제대로 못했더니 아내는 나더러 냄새가 난다고 구박이다. 그런데, 그 잔소리가 영 듣기 싫지가 않다. 평소 늦은 귀가와 과음때문에 듣던 잔소리랑은 전혀 다른 옥타브에 좋은 느낌이 실린 잔소리기 때문이다. 아내도 내게서 나는 냄새가 마냥 싫지는 않을 것이다. 


30대 이전에는 날 낳아주신 부모와 함께하는 여행이었다면, 30대 이후에는 둘이 하나 되어 지은 울타리에서 내가 선택한 인연과 함께 여행을 한다.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과 동행 중에 간이역에서 잠시 정차중인 셈이다. 


이 간이역을 지나면 또 다른 간이역에 다다를 때까지 소소한 풍경을 만끽할 것이며,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자세로 느린 걸음을 계속 할 것이다. 개구쟁이 스머프2에 이런 대사가 있다. 


어떻게 태어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10점
박완서 지음/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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