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다. 지금은 사라진 카페 씨클라우드에서 대학 은사님을 만나는 자리였다. 거기엔 2010년 니제르 출장을 함께 다녀온 NGO직원도 함께 있었다. 세상 참 좁은 게 우리는 학교가 달랐고 배웠던 시간이 달랐을 뿐이지 은사님의 제자였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출장 전에 만나서 인사를 나눌 걸 그랬어요. 출장 때 얼마나 서러웠던지...ㅋㅋ"


모 배우와 함께 아프리카 긴급구호 지역에서 봉사활동과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담는 프로그램에서  NGO 직원은 촬영의 전반적인 지원과 가이드 역할을 해주셨다. 프로그램 연출자로서 셀럽의 안전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프로그램 제작상 필요한 상황을 촬영하기 위해서 직원과의 소소한 감정대립은 출장 내내 생기는 갈등이었다. 


그런데, 존경하는 은사님이자 인생 멘토인 분을 매개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날 헤어지면서 카페 씨클라우드에서 판매하는 인디뮤지션의 CD를 선물로 받을 줄은 더욱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작업실 CD진열장에 꽂힌 CD 중 오늘 시와의 CD를 꺼낸 특별한 이유는 없다. 출근 송으로 시와의 노래를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다. 구르지 않는 바퀴를 가진 자전거처럼 정체된 내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TRACK 1 첫번째 곡, '작은씨' 부터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요즘 물잔디 씨앗을 심어 키우는 재미를 소소하게 느꼈기 때문일까. 이곡 뿐만 아니다. 글을 쓰는 동안 마지막 곡에 다다르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소요逍遙


거닐 소逍  

멀 요遙


한가로이 거닐며 산책하다라는 뜻. 출근하자마자 바쁘게 오늘 해야 할 업무를 체크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와 주제로 작업을 해야함이 마땅하나, 조금은 여유를 갖자. 


AM 10:00 


출근송을 듣고, 

오늘의 블로그 글을 작성하면서 난 소요했다


  

신고


출근길에 나를 보면 항상 꼬리치는 녀석이 

오늘은 알록달록한 상의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냈더니, 

공업사 주인아저씨가 처음에는 의아하게 쳐다보셨습니다. 


이내 웃으시며,


- "하하하 모델 됐네..." 


저도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드렸습니다. 

- "개가 옷을 입었길래요...?^^"


아저씨는 지극히 당연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 "개도 추우니까..." 



[꼴찌가 포착한 오늘의 사진] 

꼴찌네작업실 _ 출근길 2016.10.17  




신고

2016년 3월의 꼴찌닷컴 4번 째 글입니다. 


오늘은 조촐한 상영회에 관한 공지글입니다. 

소개글 이하는 독백형식의 산문입니다. 



#4 of 53


꼴찌네 작업실에서 열리는 조촐한 상영회 


일곱살 때의 일로 기억한다.

5평 남짓한 골목식품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 댓가로 받은 초대권 2장.


할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 들어 선 컴컴한 영화관. 

흑백 TV와는 달리 스크린에서 비친 사람의 얼굴은 마치 마술 같았다. 

양쪽 귀를 자극하는 사운드. 


어린 시절의 경험과 막연한 꿈은 사진에 취미를 갖게 만들고,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게 했으며,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마다 씨네 21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2013년 여름, 운 좋게도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내가 자란 곳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출품한 단편 다큐멘터리가 초청작으로 선정되었던 것이다.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나면, 배급도 되고 막 그러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단편 다큐멘터리 <바람의 자유>는 영화제에서 2회 상영된 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

내용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미흡하다는 걸 알기에 배급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스스로 기회를 만들면 되는 것이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작업한 영상을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충분한 돈이 없다. 돈이 없다고 마음이 움직이고 내키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륙의 실수라는 8만원 대의 샤오미 빔프로젝트를 주문했다. 흰 벽면을 스크린으로 삼고 영사를 했는데, 작업실 구조가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맘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분명, 2층인데 반지하 느낌이 나... ㅎㅎㅎ" 


라며, 약을 올린 게 생각나 봄맞이 대청소 겸 작업실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혼자서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6시간에 걸쳐 컴퓨터와 책상을 옮기고 소파를 옮겼다. 결국, 오래전부터 꿈꾸던 홈시어터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조촐한 상영회를 준비한다. 




꼴찌는 별명처럼 느리고 더디다. 

하지만, 마음 먹은 건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 나간다. 


조촐한 상영회는 꼴찌의 다음 작품 제작비 후원을 위한 상영회다. 찾아주는 지인들에게 신세 좀 지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방식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것도 스스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인 셈이다. 


느린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포기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다. 






조촐한 상영회 53초 SPOT 영상




3월 30일. 꼴찌네 작업실에서 조촐한 상영회가 열립니다. 

상영회 후기도 꼴찌닷컴에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꼴찌닷컴을 후원해주세요. 


한 달에 53건의 글과 영상이 담긴 콘텐츠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1건에 100원의 구독료를 후원해주세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꼴찌닷컴 후원계좌 : 

새마을금고 (9002-1746-7936-4  / 예금주 :  KKOLZZINE ) 


문의 : kkolzzi74@gmail.com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