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블로그 꼴찌닷컴에 53가지 항목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바 있다. 그 중 12번 째 항목이 '할머니와 외할머니 모시고 바다 구경하기'였다. 지난 해 53가지 목표 중 지키지 못한 항목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 항목을 지키지 못한 게 가장 아쉽고 후회스럽다. 영영 지킬 수 없는 버킷리스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9.3
감독
진모영
출연
조병만, 강계열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5 분 | 2014-11-27
글쓴이 평점  


지난 주 토요일 오전 조조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감상 했다.


76년을 함께 산 노부부의 삶을 통해 전달되는 사랑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늦가을 떨어지는 낙엽을 쓸다가 서로 장난을 치고, 겨울에는 쌓인 눈을 서로 나눠 먹는 노부부의 일상은 한국판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감정 이입된 장면은, 노부부의 자녀들이 모여 할머니의 생일 축하를 하고 난 후 자식들끼리 싸움이 일어난 장면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딱 맞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퀀스였다. 자식의 싸움에 당황한 할아버지의 표정,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 오빠에 대한 원망 섞인 여동생의 분노. 

이 대목에서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모두에 말했듯 내가 2013년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바다 여행하기를 버킷리스트로 정했던 이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돈>이라는 제목의 사적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동아들을 둔 친할머니와 8남매를 둔 외할머니의 공통점은 외로움이라고 느꼈기에 두 할머니의 삶을 기록하고 마지막에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애와 효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 기획의 시작은 20여년 전 8남매를 모두 추가 시키고 홀로 시골마을에서 생활하시던 외할머니께서 소와 개 한 마리를 키웠는데, 외할머니 생신 때 모인 이모와 외삼촌이 혼자서 소와 개를 키우시는 게 마땅치 않다는 의견과 홀로 그 일이라도 해야 치매도 걸리지 않고 좋다는 의견의 대립이었던 것이다. 결국 언성이 높아지며 싸움이 일어나는 장면을 목격했기에 영화를 감상하면서 자식들이 싸우는 장면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감상한 많은 사람들이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면, 꼴찌는 농촌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로 감상했다. 키우던 강아지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죽었는데 그 죽음에 슬퍼하는 노부부의 모습은 묘한 여운을 남긴 장면이다. 또 다른 암컷 한 마리가 여섯마리의 새끼를 낳았을 때 행복해하는 노부부의 모습은 대조적이면서도 의미하는 바가 큰 장면이었다. 


영화에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첫 장면이다. 영화를 감상하기도 전에 엔딩을 알고 보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는 오랜 시간 노부부의 삶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통해 사랑과 가족애, 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휴먼다큐멘터리이다. 중년 남성이 손수건을 꺼내 여러번 눈물을 닦으며 영화를 감상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저절로 하늘에서 편히 쉬고 계실 할머니 생각을 나게 하는 다큐멘터리였다. 


주말 이른 시각에 4~50여 명이나 되는 관객이 있었기에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낮지 않다고 생각 했다. 다이빙벨을 감상하기 위해 광화문까지 가야만 했는데,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독립영화 전용관에서만 상영할 것이 아니라 동네 CGV나 롯데시네마에서 쉽게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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