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꼴찌가 좋다! 

꼴찌 만세~~~





FD 시절에 PD선배가 단편 영화에 출연 좀 하라고 한 적이 있다. 


"주인공인데 너처럼 껌 좀 씹어 봤고, 날티 나는 놈이 필요해. 경험이라 생각하고 출연해. 출연료는 없어..." 


조직폭력배 아빠가 딸의 첫 생리 때 생리대를 선물하면서 눈물을 터뜨리는 내용이었는데, 시나리오도 없었고 현장에서 선배가 하라는대로 그냥 하면 되는 꼭두각시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그 누구였든 영상과 관련된 일을 시키는 주체가 선배였다면 이제 막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처럼 까라면 까고, 엎으라면 엎고, 밤새라면 아무 말 없이 밤새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경험을 중요시하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경험이라면 무조건 도전하는 열정이 대단했다. 이제는 덧없는 경험을 가리는 마흔이 됐지만... 



사진 : 여섯 살 때 모습. 요즘은 딸에게서 저런 명랑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예전에 겪었던 경험보다 더 없이 소중한 경험은 딸을 키우는 것 일테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밥 먹는 게 시원찮다며 아내의 잔소리를 듣던 녀석이 초등학교 들어간 후로는 비만과 성장호르몬의 과다 분비를 걱정할 때가 된 것이다. 결국은 성장이 남달라(?) 어젯밤 급 입원해서 오늘 아침 혈액검사를 받고 등교. 


그냥 순리대로,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싶었는데... 딸을 낳은 순간 내게 아기가 뚱뚱하냐고 물었던 아내는 남들과 다른 성장속도의 딸이 많이 걱정된 것이다. 10시간 금식을 한 딸이 채혈실로 들어갔을 때 간호사에게 물었다. 


" 요즘 이런 검사를 받는 아이들이 많나요?"

" 네. 한 달에 3~ 4건 이상이에요."

(3~4건 이상이 많은 건가? 싶었다)

" 보통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연구에 의하면 식습관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해요 "


내가 딸의 나이일 때 먹던 간식과 비교하면 딸의 간식은 인스턴트 음식이 대부분이고, 잦은 간식과 편식하는 식습관이 성장 호르몬을 비정상적으로 분비케하고 그에 의해 몸이 반응하는 것일테다. 


초등학생들의 초경이 빨라진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딸의 생일 선물로 약국에서 생리대를 구입해 선물했던 그 장면이 순간 스쳤다. 퇴원 하자마자 엄마 오기 전에 아이스크림 먹자며 조르는 딸을 보면서 영락없는 꼴찌 딸이다 싶었다. 하지만, 단호하게 음식 조절하자고 했다. 다가오는 딸의 생일에 허구의 영화에서처럼 실제 생리대를 선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프지 마라~ 

꼴찌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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