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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책 읽기 싫어하는 꼴찌들을 위해서 생각하는 꼴찌가 하루에 딱 53페이지만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다. 어제에 이어 병원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보호자 대기실에서 짬짬이 박완서 작가님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었다. 이틀 정도 읽다보니 이 책의 제목이 왜 꼴찌들을 위한 갈채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끝까지 다 읽는 며칠 후면 대충 알 수 있을 듯 싶다. 


마치 고층 빌딩이 층수만큼이나 위로도 한이 없고 밑으로도 한이 없는 우리 사회의 상하관계가 꼭 그런 방법으로밖에 유지될 수 없는 것일까. 하긴 밥줄이 달린 일인데 어쩌겠는가라고 간단히 체념할 수도 있다. 우린 자고로 "목구멍이 포도청" 이란 말로 밥줄을 위해선 철조망 밑을 기는 것 같은 절대적인 비굴까지도 합리화해 왔다. P74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에서 국정원 기관보고 생중계를 시청했다. 길다란 의자위에서 새우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고, 생중계에는 아무 관심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청소년,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는 아주머니들. 그 속에서 60대 어르신과 나를 포함한 몇 몇 남자들이 생중계에 몰두하고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새누리당에서는 권선동 의원과 김태흠 의원이 날선 기조발언이 오갔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겠더라... 전쟁 같았다. 한 쪽은 공포탄이고 한 쪽은 실탄이 장전된 것 같았다. 


직급의 높고 낮음이 있는 한 그 위계 질서를 위해선, 의연한 윗사람 노릇과 아랫사람의 윗사람에 대한 존경심은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빌딩 로비에서 목격한 상하관계는 그런 것하고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요즘 SBS 월화 미니시리즈 황금의 제국을 즐겨 시청한다. 기업 총수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은 단 한 번도 꿔본 적이 없는데, 지난 회에서 회장역의 배우 박근형님이 "시멘트 공장에서 우리는 큰 소리로 말하고 큰소리로 대답했다"며 보유 주식을 넘기라는 지시에 계열회사 사장들이 하나같이 군기 바짝 든 이등병이 관등성명 대듯 대답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성진그룹의 회장이 자회사 사장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질문하는 모습은 끈끈한 관계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리더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기에 감정이입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국정원 기관보고 생중계를 시청하면서 이 사건의 책임을 국정원장이 지어야 한다면 국정원장은 회사의 사장역이었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회장은 누구였으며, 댓글을 단 말단 직원은 자발적인 근무였을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었을까?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굶주리고 헐벗었을 때 꿈꾼 보다 나은 세상은 일만 하면 배부르고 등 뜨스울 수 있는 정도는 보장된 세상이 됐다고 믿으면서도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헐벗고 굶주렸을 때보다 더하면 더하다.    


분명, 화창한 세상은 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투쟁이 있을 것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10점
박완서 지음/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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